대표이사가 경영관리부서에게 지시했다. 신용카드 사업을 하는 계열사의 실적이 좋지 않자 그룹사 직원 모두를 참여 시켰다. 한마디로 인해전술이다. 대표이사는 계열사별로 체크되는 숫자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한 방편인지? 새로운 비즈니스 성과를 위해서 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인지 의도를 알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1인당 2개씩 가입하지 않으면 암묵적인 불이익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당 2개는 하한선이다. 받는 보수가 많은 만큼 숫자도 높아져야 한다. 꼭 신용카드는 아니더라도 직장 생활에서 이런 일 꼭 있다. 물, 식품, 통신, 커피, 빵, 아이스크림, 금융계좌 등 기업에서 하는 일에 대한 직원 동원 방식은 20년전 신입사원 시절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반대하면 밉상된다. 꼬리를 내려라. 가족들과 처가댁에 가입신청서 보내야 한다.
나도 지금부터 <참여>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다. 대신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도록 하는 것에 대한 것이다. 물론 직원들도 기업이 하는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단지 자발적이냐 아니면 강제적이냐에 따라 조직문화도 비즈니스 성과도 다르게 된다. 플랫폼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참여가 중요하다. 하지만 성장하는 플랫폼 기업은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참여하도록 한다. 그것이 플랫폼 기업의 일이다.
참여가 중요한 이유 3가지
닐로퍼 머천트의 책 <소셜 시대에 가치를 창조하는 11가지 법칙>에서 ‘참여는 협동이라는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활성화시키는 한 가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플랫폼에서 참여가 중요한 이유는 세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째, 성장의 필수 요소인 인터렉션, 오픈, 네트워크 효과 3가지의 공통부분이기 때문이다. 참여는 인터렉션을 유발하고, 오픈하는 효과를 가져오며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킨다. 참여는 이 3가지를 모두 일으킨다.
둘째, 참여는 공급과잉 시대에서 기업에게 꼭 필요한 기술이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대기업은 생산부족의 시대에 성장했다. 상품을 생산하기만 하면 사용자들이 참여(구매)했다. 설탕과 밀가루부터 시작해서 좋은 운동화와 오리털 파카 만들기만 하면 사용자들이 몰려와서 구매를 해주었다. 참여를 하게하는 동기는 물건의 부족이었고 그러한 환경은 자발적인 참여로 이어졌다. 기업의 실적은 높아지고 사용자들은 더 많은 제품을 사지 못해서 아쉬워했다. 하지만, 제품생산 능력이 보편화된 지금은 과잉생산의 시대이다. 과잉생산의 시대에서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다고 참여하지 않는다.기하급수 성장의 비결은 어쩌면 사용자들이 참여하게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참여가 중요한 이유는 사용자들의 인터렉션을 만들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데려와야 하고 그래야 서로 인터렉션을을 할 수 있다. 참여자를 끌어오는 데 실패한 플랫폼은 참여자 증가에 따른 네트워크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 네트워크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인터렉션을 지속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결국 참여자들을 이탈하도록 한다. 참여자들을 제대로 매칭시키지 못한 플랫폼은 시장에서 잊혀지게 된다.
삼계탕으로 보여준 토스의 자신감
송금으로 시작하여 금융서비스로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토스의 경우는 사용자들을 참여시키는 기술을 잘 알았다. 토스는 2019년 추석 이벤트로 자신감있게 네트워크 효과를 활용하여 참여를 유도했다.추석을 맞아 토스에서 지원금을 제공하고 지인들에게 선물하도록 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사용자들의 핸드폰 주소록을 불러와서 옆에 랜덤으로 선물 가능한 금액(토스에서 지급했다)을 보여줬다.
토스앱의 이름 옆에는 1원부터 10원 100원등 다양한 금액이 표시된다. 표시된 금액만큼 보낼 수 있다. 상대방이 토스 회원이 아니라면 문자 메세지를 통해 송금 알림이 가능하고 가입 후 금액을 전달한다. 인당 10만원까지 책정된 이 이벤트는 다른 사람에게 보낸 만큼 내가 받는 금액이 증가하며 특정 금액이상일 때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이 이벤트는 추석 연휴동안 네이버 실검을 장악했다. 나는 당시 토스 이벤트를 중학생 딸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이렇게 핵심가치(송금)에 참여하도록 이벤트를 하는 것은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TV광고와 포탈의 배너광고보다 훨씬 높은 광고 효과를 만든다. 토스는 마케팅 비용을 광고에 쓰지 않고 송금하는 사람과 송금 받는 사람에게 지급했다.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사용자에게도 앱을 다운로드 받고 설치하고 가입하게 하고 로그까지 하도록 하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비용이 들기는 했지만 효적이면서도 사용자 참여를 극대화 시켰던 이벤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에서 앱마케팅을 진행했을 때 모바일 사용자 한 명에게 앱을 설치하고 가입하도록 하는 비용을 1만5천원에서 2만원 가량 책정을 했었다. 설치한다고 모두 가입하는 것은 아니고 가입한다고 모두 로그인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토스는 그 비용을 고객에게 지불한다. 게다가 추천을 회사가 직접 한 것이 아니라 친구,부모,동료 등 지인들이 토스의 직원처럼 추석연휴에 나와서 휴일근무에 동원했다. 사용자들은 토스의 직원들처럼 지인들에게 토스사용과 설치 및 로그인 참여를 간절하게 졸랐다.
내부의 데이터와 평가를 들어볼 기회는 없었지만 이벤트로 유입된 사용자들의 잔존률과 재사용률이 좋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왜냐하면 그 이벤트 1년후인 지난주 토스는 2020년 7년 복날에도 같은 방식으로 ‘감사한 분들에게 삼계탕 지원금을 나눠주세요.’ 이벤트를 다시 시작했다. 이번에는 진행방식이 조금 변했고 미성년자는 지원금을 받지 못하도록 제외시켰다. 토스팀은 미성년자들도 삼계탕 좋아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참여, 플랫폼 기업의 기본이며 핵심
카카오톡은 선물하기/조르기/생일 알림을 활용하여 사용자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카카오톡은 사용자간 메시지를 많이 보내야 성장한다. 이것은 핵심활동이다. 그리고 핵심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방법으로 서비스와 이벤트를 만든다. 핵심가치와 연결된 핵심활동이다. 이러한 참여 독려는 반드시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호응을 얻는다. 이벤트는 이를 돕는 불쏘시개 역할이다.
성공한 플랫폼 기업이 사용자를 참여시키는 방법은 비슷한 면이 있다. 1999년 싸이월드는1촌을 맺게 하기 위해서 100명이상의 1촌을 맺는 사용자에게 한 명당 100원이 추가 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1촌이 늘어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서비스였기 때문에 이벤트와 핵심가치를 연결해서 사용자 참여를 유도 했다.(물론 돈을 주는 이벤트가 계속된 것은 아니다.) 또한 선물하기, 조르기, 생일 알림을 서비스내에 자동화시켜 사용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이유들을 계속 개발해 나갔다. 카카오톡이 선보인 선물하기, 조르기, 생일 알림, 새글 알림등은 모두 수십년전 싸이월드에서 검증된 참여 방법이다.
성장하고 싶다면 참여시켜라
참여는 성장을 위해서 너무나 중요하다. 플랫폼 성장의 스위트 스팟이고 공급과잉시대의 해법이다. 지금 시대는 참여의 기술이 경쟁력이 되었고 이 기술을 익힌 기업들은 세계 1등 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참여하는 방법은 플랫폼의 성격이 커머스냐? 커뮤니티냐? 메신저냐? 콘텐츠냐에 따라서 각기 다른 특성을 나타내므로 플랫폼의 성공적인 사례들을 통해서 발견해야 한다. 지금은 선물하는데 돈을 주거나 1촌을 맺는데 돈을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돈을 주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디지털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토스는 지금 돈을 준다. 지금이 시작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디지털 선물은 카카오톡이 아니라 토스에서 할지도 모를 일이다.
성장하고 싶다면 동원하지 말고 참여시켜야 한다. 검증된 플랫폼 기업의 참여 기술은 토스처럼 1년 후에도 원리와 기술의 재사용이 가능하고 싸이월드의 사례를 적용한 카카오톡처럼 2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참여의 방식을 이해하고 참여를 만드는 기술을 익히면 반드시 성장한다